2020년 3월, 계좌를 열어보는 것이 두려웠던 시기를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이 글은 그때 ETF를 팔지 않기로 한 판단의 근거와, 그 이후 3년 동안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지수 데이터로 복기한 기록입니다. 결과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이 갖춰져 있을 때 버티기가 가능했는지를 40대의 현실에 맞춰 정리했습니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20년 안쪽으로 좁혀지는 시기에 폭락장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는 분에게 필요한 글입니다.
2020년 3월, 숫자로 복기한 폭락장
기억은 흐려지지만 지수는 남아 있습니다. 코스피는 2020년 3월 19일 종가 기준 1,457.64포인트까지 밀렸습니다.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S&P 500은 2020년 2월 19일 3,386.15에서 3월 23일 2,237.40까지 떨어졌고, 하락률은 약 34%였습니다. 이 구간은 기록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된 약세장으로 꼽힙니다.
속도가 문제였습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3분의 1이 사라지는 경험은, 하락률 자체보다 판단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훨씬 견디기 어렵습니다. 이 시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한 후회는 두 갈래로 갈렸습니다. 하나는 무릎에서 팔고 어깨에서 다시 못 산 경우, 다른 하나는 여유자금이 아닌 돈으로 추가 매수에 들어간 경우였습니다.
팔지 않기로 한 네 가지 근거
당시 판단의 근거를 지금 시점에서 다시 뜯어보면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성립하지 않았다면 결론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1) 그 돈의 사용 시점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가장 결정적인 조건입니다. 해당 자금은 [○년 이내에 쓸 계획이 없던 자금 / 연금계좌 내 자금]이었기 때문에, 2020년의 가격에 반응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반대로 2~3년 안에 전세보증금이나 학비로 써야 하는 돈이었다면 손실을 확정하더라도 정리하는 편이 합리적이었을 수 있습니다.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심지가 굳어서가 아니라 자금의 성격이 그랬기 때문입니다.
2) 개별 종목이 아니라 지수를 추종하는 ETF였다
개별 기업은 상장폐지나 사업 구조 붕괴로 원금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면 광범위한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구성 종목이 주기적으로 교체됩니다. 특정 기업이 무너져도 지수 자체는 남는다는 구조적 차이가, 보유를 유지할 근거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모든 ETF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나 특정 테마·섹터에 집중된 ETF는 하락 후 원지수가 회복되어도 가격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3) 매달 들어오는 근로소득이 유지되고 있었다
급여가 끊기지 않았다는 점이 실질적으로 가장 큰 안전장치였습니다. 생활비를 자산 매도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직장인 투자자에게 근로소득은 하락장을 견디는 최대 자산에 가깝습니다.
4) 하락 원인이 자산의 가치 훼손인지 시장의 공포인지 구분했다
물론 당시에는 그것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개별 기업의 회계 부정이나 산업 소멸 때문이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구분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지만, 매도 여부를 감정이 아니라 질문으로 판단하게 해 주는 기준이 됩니다.
그 후 3년, 지수는 이렇게 움직였다
여기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버텼더니 계속 올랐다”는 식의 요약은 사실이 아닙니다. 실제 3년은 급등과 급락이 번갈아 나타난 구간이었습니다.
| 연도 | 코스피 연말 지수 | 코스피 연간 등락률 | S&P 500 연간 총수익률 |
|---|---|---|---|
| 2020년 | 2,873.47 | +30.75% | +18.40% |
| 2021년 | 2,977.65 | +3.63% | +28.71% |
| 2022년 | 2,236.40 | -24.89% | -18.11% |
| 2023년 | 2,655.28 | +18.73% | +26.29% |
표에서 읽어야 할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 회복은 예상보다 빨랐습니다. S&P 500은 2020년 8월에 폭락 전 최고치를 넘어섰고, 3월 저점에서 두 배가 되는 데 354거래일이 걸렸습니다. 코스피는 2021년 7월 6일 종가 3,305.21로 당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 그리고 다시 무너졌습니다. 2022년 코스피는 24.89% 하락했습니다. 코로나 저점에서 버틴 사람도 2022년에는 또 한 번 시험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3년을 한 덩어리로 보면 상승이지만, 실제로 겪는 사람에게는 두 번의 하락장이었습니다.
- 2021년 고점에서 시작한 사람의 3년은 전혀 달랐습니다. 3,305에서 들어간 자금은 2023년 말까지도 원금 아래에 있었습니다. 같은 3년이라도 시작 시점에 따라 경험이 완전히 갈립니다.
참고로 코스피는 2025년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다만 현재 지수 수준과 최근 흐름은 시점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실제 판단 전에는 한국거래소나 증권사 자료로 최신 수치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버티기가 항상 정답이 아닌 이유
이 대목을 빼면 이 글은 위험한 글이 됩니다. 결과가 좋았던 사례만 모아 놓고 교훈을 뽑는 것을 생존편향이라고 합니다. 같은 시기에 버텼지만 회복하지 못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 레버리지·파생 상품을 들고 있었던 경우. 기초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변동성이 큰 구간을 지나면 가격이 회복되지 않는 구조적 특성이 있습니다.
- 단일 테마나 단일 국가에 집중했던 경우. 2020~2021년에 급등한 일부 성장·테마 상품은 2022년 하락 후 지수 전체보다 회복이 훨씬 느렸습니다.
- 신용·대출 자금이 섞여 있던 경우. 버티겠다는 의지와 무관하게 반대매매나 상환 압박으로 강제 청산될 수 있습니다.
- 환율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해외 투자. 원·달러 환율은 2022년 10월 25일 1,444.2원까지 올랐습니다. 환헤지 여부에 따라 같은 지수를 담고도 체감 수익률이 달라졌습니다.
즉 “팔지 않았다”는 행동 자체가 성과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팔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미리 갖춰 둔 상태가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40대가 폭락장 전에 갖춰야 할 조건
40대는 20대와 다릅니다. 회복을 기다릴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교육비와 주거비 지출이 동시에 몰려 있으며, 부모 부양 부담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폭락장 대응은 하락이 온 뒤가 아니라 그 전에 결정됩니다.
- 생활비 성격의 현금을 먼저 분리합니다. 몇 개월분을 확보할지는 소득 안정성에 따라 다르지만, 이 자금이 없으면 하락장에서 가장 싼 가격에 자산을 팔아야 합니다.
- 3년 이내 사용 예정 자금은 주식형 자산에 두지 않습니다. 자녀 교육비, 전세 만기, 차량 교체처럼 시점이 정해진 지출은 하락장과 겹칠 확률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 세제 혜택 계좌를 활용해 인출 유인을 줄입니다. 연금저축과 IRP는 합산 연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며, 총급여 수준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집니다. 중도 인출 시 불이익이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장기 보유를 강제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면도 있습니다. 다만 한도와 공제율은 세법 개정에 따라 바뀌므로 국세청 연금계좌 세액공제 안내에서 해당 연도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 자동 매수를 설정해 판단 횟수를 줄입니다. 매달 같은 날 정해진 금액이 들어가는 구조는, 시장이 무너진 달에 “이번에는 쉬어야 하나”를 고민하지 않게 해 줍니다.
- 계좌를 확인하는 빈도를 미리 정합니다. 매일 보는 것과 분기에 한 번 보는 것은 같은 자산에서 전혀 다른 의사결정을 만듭니다.
다음 하락장을 위해 미리 정해 둘 규칙
다음 폭락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온다는 것 자체는 예측이 아니라 전제에 가깝습니다. 그때 쓸 규칙을 지금 문장으로 적어 두는 것이 실질적인 준비입니다. 아래는 규칙을 만들 때 채워야 하는 항목입니다.
- 매도 조건: 가격이 아니라 사유로 씁니다. 예를 들어 “지수가 20% 빠지면 판다”가 아니라 “자금 사용 시점이 3년 이내로 당겨지면 정리한다”처럼 씁니다.
- 추가 매수 재원: 하락 시 투입할 금액과 그 출처를 미리 정합니다. 출처가 정해지지 않은 추가 매수 계획은 결국 생활비나 대출로 이어집니다.
- 리밸런싱 주기: 연 1회 또는 비중이 목표에서 일정 폭 이상 벗어났을 때로 정하고, 그 외에는 손대지 않습니다.
- 하지 않을 일 목록: 레버리지 상품 진입, 종목 갈아타기, 급락 당일 매매 등 스스로 취약한 행동을 미리 금지 목록에 넣습니다.
이 규칙의 핵심은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아닙니다. 공포와 흥분이 최고조인 순간에 새로운 판단을 하지 않도록 미리 결정을 옮겨 두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2020년 3월 코스피는 1,457.64까지 내려갔고, 그 후 3년은 2020년 +30.75%, 2021년 +3.63%, 2022년 -24.89%, 2023년 +18.73%로 이어졌습니다. 이 숫자가 알려주는 것은 “버티면 오른다”가 아니라, 버티는 동안에도 하락장을 한 번 더 지나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팔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확신이 아니라 조건이었습니다. 쓸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돈이었고, 지수를 넓게 담은 상품이었고, 근로소득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없는 상태에서의 버티기는 신념이 아니라 방치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조건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첫째, 3년 이내에 써야 할 돈이 주식형 자산에 섞여 있는지 확인합니다. 둘째, 하락장에서 팔지 않아도 생활이 유지되는지 계산합니다. 셋째, 매도와 추가 매수 규칙을 한 문장씩 적어 둡니다. 이 세 가지가 정리되면, 다음 하락장은 견디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정해 둔 계획을 실행하는 문제로 바뀝니다.
작성자 메모: [실제 보유했던 ETF 유형, 투자 기간, 당시 계좌를 확인하지 않기로 정한 방식 등 직접 겪은 내용을 이 자리에 구체적으로 적으면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사실이 아닌 수익률이나 금액은 넣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 또는 투자 권유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지수 흐름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세제 관련 내용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적용 시점의 국세청 자료를 확인하시고, 필요한 경우 금융·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